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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클럽 9부

그림장 (202.♡.44.87) 0 2052 0 0 2019.01.22

바닐라 클럽 9부 

 

9장

바닐라 클럽 9부
 

카마의 말대로 6시에 사진이 배달되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사진은 잘 받았어요?] 

카마였다. 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할수 없었다. 그후로 반시간동안 카마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으며 

마지막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했습니다. 카마는 어이없다는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습니다. 

[경찰이 누구편일거 같아요? 세금탈세자인 당신의 아버지? 이것보세요 나는 당신을 보호하는 사람이에요 

적과 아군을 구별 못하다니....] 

[아마도 이 사진을 당신네 아버지한테 뿌려야 겠군요... 그럴 필요성을 못느껴서 가만히 있었지만...] 

나는 수화기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덜덜 떨며 말했습니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카마는 내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말했습니다.

[고액 납세자 순위 백 위 안에 드는 전 서울지방 국세청장의 아들이 변태라는 사실이 사진과 함께 여성

지에 일제히 실리면 볼만 할 거에요.] 

나는 억울했습니다.

[누가 변태라고 그래요? 전 아닙니다. 아니라니까요. 그건 술김에...] 

카마는 새침하게 말했습니다.

[난 당신이 변태가 아니란 걸 잘 알아요. 하지만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지요. 사진만 보고 판단할 

거에요.] 

카마가 앞에 있다면 발이라도 붙잡고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코를 훌쩍이며 말했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당신이 뭐라든... 그냥 하라는대로 하겠습니다.] 

카마는 그것도 모자란지 나를 더 몰아 붙였다.

[요즘 당신 어머니가 너무 설치고 돌아다닌다고 불평들이 많아요.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이 있나요? 그

렇잖아도 당신 어머니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떠돌고 있어요. 아들은 변태, 아버지는 부패 공무원, 어머

니는 탈세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집 안이지요?]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 얼굴은 눈물과 식은 땀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버렸다. 더 이상은 말할 

힘도 없었다. 가까스로 코를 훌쩍이며 말했습니다. 

[제발...] 

[언론에서 당신 집안을 무척 환영할 거에요. 안 그래요?]

카마는 나의 고통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나를 몰아붙일 수 있었겠

나? 그렇다고 화를 낼 처 지가 못 되었다. 더러운 돈만 있고 사람은 없는 집안으로 손가락질 받으며 평

생을 살 수는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울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

다. 내 흐느낌은 카마의 귀에 미쳤다. 

[그래, 그래... 아가야, 울지마라, 응?]

그 말에 내 감정은 더 복받쳐 올라 아예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울고 말았다. 

[됐어, 됐다니까. 내가 널 보살펴 줄게. 울지마, 응?] 

내 귀에는 그 소리가 카마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주 젊을 적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나는 한참을 울고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티슈를 뽑

아 코를 팽 풀고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아직 거기 있습니까?] 

카마는 아주 느리게 그리고 나른하게 말했습니다.

[으음... 그래.]

반말이었다. 그런데도 내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나는 손을 가슴에 얹어 심장을 지긋이 누르며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됐어. 다신 쓸데없는 생각 마.]

약간은 들떠 있는 듯한 카마의 목소리는 어지러웠던 내 머리 속을 물로 씻어내는 듯 상쾌한 느낌을 주었

다. 카타르시스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일까? 나는 제법 배시시 웃을 정도로 기분이 나아졌다.

[이젠 그쪽을 믿겠습니다. 그쪽이 하는 일 모두가 다 날 위한 일이란 걸 알겠습니다.] 카마도 내 태도에 

만족해 했습니다. 

[요, 귀여운 고양이.]

 

 

 

바닐라 클럽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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