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섭의 첫 눈 오는 아침
기섭의 첫 눈 오는 아침
기섭은 모텔 문을 나서면서도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단순 작업공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영미 엄마의 어깨에 손을 걸치고 나온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직도 몸이 뜨거웠다.
하늘은 컴컴했다. 구름이 낮게 깔려 눈이 올 것 같았다. 찬 바람이 불어오자 영미 엄마가 몸을 살짝 웅크렸다. 기섭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더 세게 끌어당겼다.
“추우면… 내 옷이라도…”
“괜찮아. 그냥… 네가 옆에 있어서 따뜻해.”
영미 엄마가 고개를 살짝 기울여 기섭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어제 샤워할 때 썼던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기섭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게 현실인가.
차에 올라타자 영미 엄마가 시동을 걸었다. 히터가 돌아가면서 차 안이 서서히 따뜻해졌다. 기섭은 창밖을 보았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작은 눈송이가 천천히 떨어졌다.
“눈 온다…”
“응… 예쁘네.”
영미 엄마가 운전대를 잡은 손을 살짝 내려 기섭의 손을 덮었다. 기섭은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따뜻했다.
“어제… 나 진짜 괜찮았어?”
기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미 엄마가 피식 웃었다.
“바보. 내가 먼저 안았잖아.”
“그래도… 내가 너무…”
“좋았어.”
한 마디에 기섭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영미 엄마는 운전하면서도 기섭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 어떻게 할까?”
기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미 엄마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회사에서는… 그냥 아저씨랑 아줌마지. 근데 퇴근하고 나면… 우리 둘이야.”
기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딱 좋았다.
차는 천천히 공장 쪽으로 향했다. 아직 출근 시간 전이라 주변이 한산했다. 영미 엄마가 차를 세우고 기섭을 바라봤다.
“오늘도… 힘들지?”
“너만 옆에 있으면 안 힘들어.”
영미 엄마가 웃었다. 그리고 살짝 몸을 기울여 기섭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일 시작하자. 퇴근하면… 또 보자.”
기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기섭은 작업복을 갈아입으며 생각했다.
‘이제… 나도 누군가 기다려주는 사람이 생겼구나.’
그날 공장은 유난히 따뜻했다. 기섭은 드럼통 불가에 서서 손을 쬐면서, 멀리서 영미 엄마를 바라봤다. 그녀도 기섭을 보며 살짝 웃었다.
첫눈은 계속 내렸다. 하얗게 덮이는 공장 마당처럼, 두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하얗게 물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