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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규 과장과 가죽 싸움

주소야 (3.♡.207.219) 4 451 0 0 2026.02.21

윤필규 과장과 가죽 싸움


​제목: Frog Design 실의 첫날 – 윤필규 과장과 가죽 싸움 

내가 디자인 팀으로 합류하기까지의 과정은 별로 돌아볼 게 없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개나 소나 다 간다”는 유학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산업미술을 택했던 게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그림 한 줄 그릴 줄 모르는 내가 컴퓨터라는 희망의 실타래를 잡고 전공과 판이하게 다른 환쟁이의 길로 들어섰다.

자동차 디자인은 모두 컴퓨터로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미술 기초를 깔고 구조역학, 패션, 감각을 더할 줄 알아야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만인이 아는 사실이었다. 나는 유학 중 전공을 바꾸면서 인터뷰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라는 말조차 이해 못했던 무식한 미술학도였다. 연필 잡은 손가락에 굳은살 하나 없이 학점을 이수하는 데 두려움을 떨쳐낸 건 거의 2년이 지나서였다.

다른 사람들이 겪는 난관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겪었다. 우선은 ‘나를 버리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 미술 기초를 공부하면서 손이라는 부위가 뇌와 얼마나 밀접한지 깨닫고 놀랐다. 데생을 하거나 석고상을 그릴 때마다 결국 나를 닮은 모습을 그려내는 이유였다. 뇌와 무의식적으로 연계된 손의 추종 의지를 떨쳐 버리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객관화하는 길로 접어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이 길을 선택한 나 자신을 후회했는지 모른다.

산업미술 쪽에서 상품디자인,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공의 틀을 잡아가던 중 미국에서도 굴지의 디자인 회사에서 알바할 수 있는 천운이 왔다. Frog Design. 그곳의 디자인 연혁은 화려했다. 디자인 실 인원들은 거의 독일 바우하우스를 기깔나게 졸업한 사람들이었고 우리가 “대단해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디자인들 거의 다 그들의 손을 거쳤다. 리바이스 청바지, 라이방 선글라스, IBM PS/2, 맥킨토시 iMac… 이름만 들어도 머리에 떠오르는 역작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알바 경험 하나로 “대단한 곳에서 일했다”는 경력으로 인정받는 게 놀라웠다.

첫 출근 날, 실내에서는 대판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글쎄, 팀장님 의견은 알겠는데요, 저는 그 가죽 말고 딴 걸 꼭 써야 한다니깐요?”

“아니, 내가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그렇게 되면 MC(생산단가)가 올라가는데 위에다가 뭐라고 보고하냐는 말이지? 기획팀에서도 반대할 게 뻔하고 종국적으로는 영업팀에서 비싼 좌석 빼자고 난리 부르스 칠 텐데 그걸 알면서 어떻게 비벼 넣어?”

“전 그래도 그 가죽을 꼭 써야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가 디자인한 의도와 별개의 물건이 나오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죠. 제 얘기는 거기까지입니다.”

“만일 윤 과장 말대로 썼다가 최종 검토에서 빠지기라도 하면 하청업체가 들고 일어날 건 뻔한 일이고 공장 측에서도 AP(조립공정) 조정에 자재과에서는 자재 리스트 변경으로 발칵 뒤집힐 텐데 어쩌려고! 그 뿐이야? 안전테스트로 미국에 보낼 샘플이 최종 생산품이랑 달라지면 그 비용 윤 과장이 책임 질 테야? 난 그렇게는 못해. 좀 사람이 수그러들거나 타협점이 있어야지 말이야, 무조건 밀어붙일 게 따로 있지.”

나는 내 소개도 못 한 채 인사과의 정 대리와 함께 멀거니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저 윤 과장님이라는 사람은 누굽니까?”

나는 나지막이 정 대리에게 물었다.

“곧 알게 돼요. 디자인 실의 왕 또라이, 윤필규 과장이라고 그 밑으로 가게 될 텐데… 고생 꽤나 할걸? 저기 팀장님… 신입사원 데리고 왔는데요… 인사 좀…”

정 대리가 먼저 말문을 열며 싸움을 막아섰다. 두 사람은 가까스로 싸움을 접었다.

“이번에 디자인 실 신입사원으로 오게 된 신동혁 씨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셨고, Frog사에서 일한 적도 있는 아주 뛰어난 분입니다. 환영해 주시고, 부서에 빠른 시간 내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신동혁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도움과 가르침이 필요한 많이 모자라는 사람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모자란 주제에 뭣하러 회사 들어왔대? 공부나 더 하지 않고서?”

윤 과장이 탁 내뱉고 돌아서자 실내는 다시 썰렁해졌다. 팀장님이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말아요. 윤 과장도 말을 저리 해서 그렇지 속은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 아무튼 반가워요. 자리는 저쪽이고, 현재 TO가 윤 과장님 밑으로 되어 있으니 그렇게 알고…”

나는 가뜩이나 험한 꼴을 앞에 두고 배치된 관계로 처음부터 윤 과장님과 알력이 생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떨치고 윤 과장님 작업대로 향했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플로터의 장중한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디자인 실 구석에는 무인 Mock-Up 제작실이 가동 중인 바쁜 와중이었다. 윤 과장님에게 다가가는데 작업대에 있던 회전 의자가 획 돌더니 윤 과장님이 나를 바라보고 일어섰다.

“내일부터 양복 입고 오지 마. 어디 끝내주는 곳에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옷 입고 오지 않으면 이곳에 안 들여보낼 거니까 알아서 해, 알았지?”

나는 내심 놀랐다. Frog사에서 일할 때 보스였던 마이클의 말이 떠올랐다. 나와 같은 마이클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는 언제나 나를 ‘주니어’라고 불렀었다.

“주니어, 우리 회사는 봐서 알겠지만 Due Date까지 누가 압력을 가하는 법이 없어.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을 하는 거지. 개개인에게 지워진 임무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자신, 아니면 팀에게 있다고 해야 하는 거야. 저기 봐.”

그가 가리킨 건 디자인 실 중앙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였다. 누군가 멋진 재즈를 연주하고 있었고 구석의 코우치에서는 누군가 자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일들을 하는 건지? 하지만 그들은 놀라운 집중력과 책임감으로 자신만의 일과를 해결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잠시 일을 쉬는 동안 머릿속 디자인 개념이 날아가지 않도록 감정을 유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따라 천차만별의 복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한국의 획일화된 유니폼 개념은 아예 없었다.

“보스, 어째서 옷들이 저렇게 각양각색입니까?”

“디자인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산물이지. 그래서 어떤 복장을 하고 앉아서 디자인을 하느냐에 따라 인간 친화적인 제품이 나오기도 하고 요구 반항적인 이단아가 나오기도 한다고 우리는 이해하고 있어. 디자인은 기능성 구현도 중요하지만 감성적 외형 창출도 무시 못 하는 거야. 우리는 디자인 컨셉을 베껴오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획일화된 테두리에서는 자유로운 사고와 감성 발현이 어렵다고 보는 거지. 그래서 저렇게 자유롭게 입고 있는 거야. 저것 좀 봐. 저 친구는 쌍둥이 칼 회사 지원 디자인 프로젝트 진행 중인데 주방 분위기를 내려고 앞치마 두르고 요리사 모자까지 쓰고 일하잖아? 그 분위기에 극도로 접근해야 살아있는 디자인 창조가 가능하다고 믿는 거지.”

윤 과장님의 한마디는 예전 기억을 생생하게 들춰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날 저녁, 나를 환영하는 회식이 있었지만 윤 과장님은 납품업체 선별을 자재과 사람들과 같이 나간다며 일찍 자리를 비워 애비 없는 환영식 꼴이 되고 말았다.

윤 과장님은 자동차 좌석만 담당해서 디자인했고 그 부분에 남다른 애착과 철학이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의 곁에서 배우는 건 무척 고된 과정이었다. 그는 가르쳐 주는 게 별로 없었다. 언제나 자신의 일에 빠져 있었고 싸우는 게 주특기인 양 보였다. 그러나 그런 괴팍한 사람을 팀장님은 이해하고 막아주며 타협과 중용의 묘미를 가르치기에 동분서주했다.

그것은 한계에 다다르는 나의 지루함을 달래주진 못했다. 언제나 시원스러운 색감의 마커로 채워지는 컨셉 카만 그려댈 줄 알았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과장님, 일을 좀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 TFT 과제 수행하시고 계시는 걸로 아는데 저도 팀원이고, 과장님 휘하에 있다면 일을 배울 수 있는 권리는 저에게도 있다고 보는데요.”

나는 대들듯 윤 과장님에게 말문을 열었다. 커피 마시며 사내 이메일 정리하던 모두가 우리 쪽을 주시했다. 윤 과장님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동혁이! 일은 누가 시키고 배워주는 게 아니야. 네가 스스로 찾아 나서는 거지. 나도 너처럼 앉아서 떨어지는 감만 받아먹으려던 날들이 있었지. 그래 봐야 쓸모 없이 나이만 먹게 되는 거야. 당신 직책이 뭐야? 디자이너 아니야?”

“네, 그런데요.”

“디자이너의 할 일은 뭐야?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알려주지. 학생 때처럼 이 세상에 있지도 않는 자동차 껍데기나 줄창 그려대려면 애저녁에 관두는 게 나아. 자네가 그려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모델과 회사의 요구가 일치될 때까지 싸우고, 수정하고, 결국 자네 디자인 컨셉이 살아 돌아다니는 차로 태어나는 것만이 자네의 할 일이야. 알겠어?”

나는 반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의 지적은 너무 날카로웠고 내가 배타적이고 피동적인 사고로 접근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옥상에 올라 담배 피우고 있는데 팀장님이 올라왔다.

“막막하지?”

“네 좀 그렇네요.”

“그래도 윤 과장 말, 틀린 곳 하나도 없어, 안 그래?”

“그러게요!”

“똑똑하고 스마트한 친구지, 성격도 나무랄 데 없이 좋았는데…”

팀장님의 담배 연기가 파랗게 허공을 갈랐다.

“거기서부터 한번 파고 들어가는 게 좋을 거야.”

“어디서부터요?”

“디자이너의 가장 취약한 단점은 기획 의도에 너무 편승하다 보니 현실 감각을 잊는다는 거지.”

“현실 감각을 잊는다뇨?”

“어차피 우리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겠어? 우리가 일하는 목적이 뭐겠어? 그래, 자동차야. 한 대라도 더 팔려야 그게 우리 밥줄이 된다는 거지. 회사의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거야. 보다 저렴한 단가로, 다른 회사 차보다 돋보이면서 한 대라도 더 팔려 나가기를 기대하는 것, 그게 기업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야. 우리는 그 사실을 가끔 망각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을 하게 되지. 하긴 그런 욕구를 완전히 망그러뜨린다면 디자이너로서 자존심이나 창조욕이 상실될 수도 있기에 가끔 컨셉카 디자인하게 해서 그 욕구 배출을 조금 허용하긴 해도… 아무튼 디자인 의도와 회사가 지향하는 수준의 격차를 근소화시키기 위해선 자재 단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갖춰져야 하지. 그래야 회사 테두리 안에서 원하는 컨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니까. 자료는 널려 있어. 천천히 숙독하면서 나름대로 기초 닦아 봐.”

팀장님의 방향제시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윤 과장님 지시 없이도 나만의 계획표를 수립해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내심 축구선수가 공 차고 싶은 욕망을 최대한 절제하며 끝끝내 체력단련에 모든 시간을 쏟는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언젠가 나만의 세상이 도래하기 전까지 힘과 지식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나는 먼지가 풀풀 나는 전화번호부보다 두꺼운 기존 생산 차종의 자재리스트를 가져와 좌석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개 외주 공급업체 납품이라 그 회사별 자재리스트와 차이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한 달 정도 푹 빠져 있다 보니 대강 원가산출이 머릿속에 맴도는 경지까지 갔다. 하지만 내가 디자인한 외형에 정확한 자재를 선별해 외주업체에 발주 의뢰하는 정도에는 아직 한계가 있었다.

난관에 봉착하면서 또 벽을 실감했다.

사람들이 모두 퇴근하고 혼자 남아 야근하던 저녁 외주업체에 들러 일찍 퇴근한 줄 알았던 윤 과장님이 들어왔다. 손에는 도면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집에 갔으면 어떡하나 했네.”

“바로 업체에서 퇴근하지 않으셨어요?”

“응, 이것 때문에… 이게 필요할 것 같아서… 이만 갈게, 쉬엄쉬엄 해. 하루 이틀에 끝날 일 아니야. 내일 보자구.”

그럼 그렇지. 숙제나 주려고 다시 들어온 그가 얄밉기도 했다. 그러나 그 도면을 펼친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언제나 품목과 단가 리스트로 싸우던 나에게 그건 단비 같은 자료였다. 포스트잇에 적힌 메모.

‘자재 리스트는 그만 하면 됐고, 이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것이 취약한지 알아야 할 거야.’

납품업체에서 사용하는 도면으로 의자가 폭파되어 부품이 중심에서 퍼져나가는 듯한 상세 도면이었다. 조립공정용이 아니라 AS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면과 보고서에는 특정 부품과 위치 상관관계, 망실·파손 보고, 현장 디자인 결함 지적이 망라되어 있었다.

항상 좌석 디자인에 감초처럼 끼는 조항들. 눈감고도 그려내야 하는 기초사항이지만 디자이너 창조력을 감쇄시키는 걸림돌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좌석 밑 열선은 항시 하중이 누르는 관계로 지지력 있는 재질을 외장에 써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운전석은 장시간 앉아 있는 만큼 더 많은 옵션 고려로 초기 의도와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운전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은 회사를 당황케 하는 요인이었다. 리콜까지는 안 가더라도 판매 후 돌아오는 불평을 무마할 응대요령이 소비자 보호실로 전문 보내질 정도였다.

나는 그 도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운 것도 많지만 짜증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고려해야 할 부분들로 디자이너 의도는 사라지기 일쑤였고 불평 접수 사항은 다음 차종 출시 전 반드시 수정해야 했다. 이게 단가를 위한 디자인인지, 불평 안 듣기 위한 디자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정말 디자이너는 동네북 신세였다.

“신동혁 씨, 나랑 같이 어디 좀 갑시다.”

처음으로 윤 과장님과 외출이었다. 신입으로서 회사는 직장이기도 했지만 하루종일 눈칫밥 먹는 창살 없는 감옥이기도 했다. 이런 외출은 날아갈 듯한 기대감을 주었다.

윤 과장님은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이게 왠 떡이냐 하며 따라 들어갔다. 다다미 방에 어떤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와서 기다리고 계셨네. 어서 음식 시키죠.”

윤 과장님과 매우 잘 아는 사이 같았다.

“제 밑에 있는 신입 디자이너입니다. 신동혁 씨라고, 인사하지. 이분은 우리 의자를 납품하시는 00산업의 최준성 사장님…”

윤 과장님 소개로 나는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대단하신 분인 모양이네. 윤 과장님 밑에 계신 걸 보니…”

음식이 들어오고 세 사람 사이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음식 먹으면서 최 사장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벌써 2년이 다 되가네, 그렇지요?”

“그렇게 되나요? 세월이 빠르긴 합니다. 저도 어느새 아랫사람을 들이고…”

“받으셔도 벌써 받으셔야 했는데, 일이 바빴던 거죠. 그렇게 매달리시는 일만 아니었어도 조수 받아서 편히 일하실 수도 있었는데… 참 부탁하신 거 이제야 도착했습니다. 장장 7개월 걸렸습니다. 저희도 몰랐던 걸 알게 해 주셔서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이거 약소하지만, 약주라도…”

최 사장님이 서류 든 누런 봉투와 흰 봉투를 같이 내밀었다.

“아닙니다. 사실 자재과와 관행적으로 이런 봉투 오가는 건 알지만 저희 부서는 굳이 이런 걸 받아야 할 필요는 없지요. 사장님 애써주신 마음만 받겠습니다. 접대도 사양하고 싶고요. 다만 오늘 점심, 제가 보답하는 의미에서 사겠습니다. 허허허.”

평소 웃음기 없던 윤 과장님 얼굴에 화색이 만연했다. 으이그, 저 봉투 받지, 회식 거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날 점심 마치고 윤 과장님은 회사로 돌아와 팀장님과 회의실에 들어가 긴 시간 회의를 했다. 회의실 안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쿵쾅 소리까지 밖으로 새어 나와 디자인 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문이 쾅 열리며 윤 과장님이 튀어나왔다.

“선배도 다를 거 하나 없어요. 그치들과 다를 게 뭐 있어요?”

“그냥 그렇게 가버리면 나더러 어쩌라고? 제발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깐…”

윤 과장님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옷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뒤를 쫓으려던 팀장님은 기어이 놓치고 말았다. 그날 내내 팀장님은 말이 없으셨다.

저녁 때 야근하던 나에게 팀장님이 오셨다.

“오늘 내가 술 한잔 살까?”

저녁 먹을 때도, 단란주점 들어가서도 팀장님은 말이 없으셨다. 여자들도 안 부르시고 술만 들이키셨다. 나도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정리되지 않았다.

“아까 윤 과장님과 다투시는 것 같던데…”

“응, 그거? 항상 그렇지 뭐.”

“무슨 일인데요? 제가 알면 안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니야. 윤 과장이 너무 속이 급해서 그렇지. 학교 때도 그랬더니만.”

“윤 과장님이랑은 선후배 사이세요?”

“응.”

“그랬구나.”

“혜원이가 그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팀장님은 술을 드시다 말고 고개를 떨구셨다.

“혜원이를 윤 과장에게 소개한 게 나였어. 회사에서 똑똑하다고 소문 자자했고 엘리트에 성격도 좋아서 내 동생 신랑감으로 점 찍어두고 있었지. 혜원이는 내 입사 동기고. 그런데 그 차가 문제였어.”

“차라뇨?”

“자네도 알다시피 신차 나오면 직원들에게 할당 나오잖아? 마침 결혼 직후였고 차도 필요하니 덜컥 배당받은 차 중 한 대를 혜원이에게 선물한 거지.”

“그런데요?”

“얌전하기만 했던 혜원이가 차를 몰기 시작하면서 이상해지더라는 거야.”

나는 팀장님 이야기를 들으며 술을 도저히 들이킬 수 없었다. 너무나 진기한 이야기였다.

“자기야? 나 어때?”

“야, 이거 너무 야하지 않나?”

윤 과장님은 평소와 다르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신을 마중 나온 아내 혜원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고 한다. 자동차에서 내리는데 팬티가 거의 비쳐 보이는 하늘하늘한 나시 원피스였다. 하도 짧아서 차에서 내리는데 온 허벅지가 드러나 눈부신 하얀 다리가 보여 자기가 몸으로 가려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차에 올라 옆을 보니 운전하면서도 싱글벙글 들떠 있는 게 소풍 가는 어린이 같았다.

“나 오늘 고등학교 동창회 갔었거든?”

“근데?”

“다들 차가 멋있다고 야단들이었다니깐? 당신 앞으로 할당된 차가 세 대라고 했지? 한 대는 우리가 샀으니 두 대만 더 팔면 되는 거지? 문제 없다구! 내가 내조의 공을 여실히 보여줄게.”

“이렇게 황송할 데가 다 있나? 마마, 어련하시겠습니까요?”

“농담이 아니라니깐? 벌써 아이들한테 카탈로그 나눠주고 왔어, 이래도?”

두 사람은 마냥 행복했다. 그런데 그날 혜원씨는 팬티도 거의 실낱 같은 T팬티만 입고 차를 탔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윤 과장님은 차 문 잠그다 운전석 의자에 묻은 물기를 발견했다. 혜원씨를 먼저 보내고 차 문 열고 물기를 만져 보니 미끈거려 맡아 보니 조금 이상한 쉰 냄새가 나서 씹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도 윤 과장님을 마중 나올 때나 외출할 때는 언제나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조르고 맨살로 차를 타고 운전했다.

“자기야, 운전할 때 너 팬티 안 입냐?”

“어떻게 알았어?”

“너 미쳤구나! 누가 보면 어쩌려고?”

“보긴 누가 본다구? 그리고 자기는 내가 노팬티로 이렇게 차 몰고 있다고 생각하면 흥분되지 않아? 자 이거 봐.”

치마를 들추니 운전대 바로 밑에서 까만 보지털이 드러나 윤 과장님은 기겁하며 치마를 내렸다.

“깔깔깔, 놀라기는? 부부끼린데 어때? 카섹스도 불사하는 요새 세상에 이깟 것쯤이야 껌값이지. 말이 나온 김에 우리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카섹스 한 번 해볼까? 흥분 되잖아? 어때?”

“그 말 진심이야?”

“진심이지? 나 이거 봐 벌써 바닥이 척척해.”

치마를 걷어 올리며 다리를 벌리니 가죽 시트가 번들거리며 벌써 지려 놓은 씹물로 번들거렸다. 윤 과장님은 운전 방해하면 안 되겠다 싶어 천천히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둔덕 가까이 가기만 해도 운전대를 잡은 혜원씨 팔에 소름이 돋고 턱이 덜덜 떨렸다.

어느새 자동차는 시내를 벗어나 어두운 경춘가도를 달렸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혜원씨는 더욱 과감하게 다리를 벌려가며 운전 중 급작스런 액셀 밟는 여파로 몇 번을 울컥댔는지 겁이 실실 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안 되겠다 싶어 차들이 씽씽 달리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두 사람은 그 저녁 고속도로에서 뜨거운 포옹을 했다.

“자기야, 나 솔직히 고백하는데 차에만 타면 자꾸 흥분이 돼. 당신이랑 하고 싶어지고 그래서 자꾸 보지가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어. 당신이 물었지? 어째서 팬티 안 입느냐고? 나 차에 이렇게 맨 보지로 올라타서 의자에 앉으면 마치 당신 손바닥으로 내 보지를 감싸 쥐는 것 같아서 온몸이 저려 와. 당신네 회사 차라서 그런가?”

“당신이 이렇게까지 야한 여자인 줄 나 꿈에도 몰랐다니깐? 이거 봐 손이 벌써 젖어서 이렇게 척척 하잖아? 이게 왠일이래?”

조정기어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깊은 포옹을 하며 지나가는 차들의 경적도 무시한 채 서로의 몸을 탐했다. 의자를 뒤로 완전히 젖히고 조수석으로 치마를 걷어 올리고 다리를 벌리니 혜원씨의 씹물은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질질질 똥구멍 사이로 흘러내렸다. 윤 과장님은 정신 없이 그 물을 쪽쪽 빨았다.

“여보, 나 좀 박아줘. 나 미칠 것 같아. 보지에서 막 불나는 것 같아, 나 어쩜 좋아! 아흑…”

조수석에서 건너와 누운 채 다리를 벌린 혜원씨 위로 몸을 덮쳤지만 운전대가 둔부 뒤에 버티고 있어서 격심한 좆질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도 윤 과장님은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애무도 없이 무자비하게 보지에 쑤셨다. 엉덩이를 치켜올릴 때마다 엉덩이 끝에 닿는 운전대 가운데 부분으로 경적이 시시때때로 울렸지만 이미 정신이 나가버린 두 사람의 섹스는 그 밤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정신없이 벌어졌다. 앞좌석뿐 아니라 뒷좌석으로 옮겨와도 섹스 놀음은 그치지 않았다.

“여보, 이렇게 차가 막 지나가는데 당신한테 가랭이 벌리고 있으니까 물이 줄줄 새서 어쩔 줄 모르겠어. 저 차들이 다 보고 지나가면서 빵빵 대는 거 들려?”

이제 뒷좌석에 윤 과장님은 앉은 채로 엉덩이를 뒤로 돌려 대고 낮은 천장 때문에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앞좌석 사이로 상체를 기울인 채 윤 과장님의 좆으로 똥구멍을 흠씬 벌린 채 뒤로 엉덩이를 밀어대며 보지를 돌진해 오는 그 자세야말로 정신을 놓기에 충분했다. 밀어대는 것도 모자라 허리를 가볍게 위아래로 척척 대며 박아댈 때는 두 사람 다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여보, 당신 보지랑 똥구멍이 다 보여, 움찔거리기까지 하는데?”

정말이었다. 두 사람은 그 저녁, 차들이 지나가는 경춘가도 갓길에서 경적 울려대는 소음도 무시한 채 세 번씩이나 걸버진 섹스를 하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윤 과장님은 아내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일하다 전화가 왔다.

“여보, 나야, 어떡하면 좋지?”

“왜? 무슨 일인데? 왜 이렇게 주위가 시끄러워?”

통화가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차가 길에서 그냥 서 버렸어. 여기 평창동 가는 길인데… 차가 푸드득 그냥 서 버렸다니깐. 새 차가 왜 이러지?”

“그래? 어떡하나? 지금 내가 나갈 수도 없고… 그냥 동네 정비소 견인차 부르던가, 아니면 차 안에 있는 우리 회사 신속 견인 서비스 번호 있지? 그곳으로 전화해. 그러면 15분 이내에 가까운 정비소에서 견인차가 올 거야. 견인차 오면 바로 전화해.”

그러나 전화는 4시간이 훨씬 지난 퇴근 때 가까워서야 왔다.

“여보, 차 다 고쳤어. 지나가는 어떤 젊은 총각이 고쳐 줬지 뭐야? 그래서 견인차도 부르지 않고 집에 왔다니깐. 그래서 전화하는 걸 깜빡 잊었어.”

“그거 잘 됐네, 누군지 정말 고마운 사람인데?”

그러나 고마운 사람만은 아니었다. 그날도 혜원씨는 하늘하늘한 나시 원피스 차림에 팬티도 입지 않고 차를 몰고 평창동 친구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서버린 차 때문에 길거리에 서 있다 보니 어디서 외제 승용차를 몰고 가던 젊은 남자가 차를 세우고 접근했다.

“차가 고장인가요?”

“네, 새 차인데 왠 일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좀 봐 드릴게요.”

그 남자는 능숙하게 본네트를 열고 만지더니 시동을 몇 번 시도해 대번에 걸었다. 뛰듯이 기뻐하며 팔짝팔짝 뛰는 혜원씨의 풀럭거리는 치마 사이로 거뭇하게 비치는 보지털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대개 새 차는 말을 잘 안 듣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좀 거세게 만져주면 순순히 말을 잘 듣죠. 이렇게.”

차 시동을 걸고 의자에서 나오면서 차 문 옆에 있는 혜원씨의 보지 둔덕을 꽉 움켜쥐고 차체에 밀어대며 느물거렸다.

“차가 고장인데 어째서 누님 보지는 이렇게 물이 질질 새고 있나? 시동 걸다가 시트에 묻은 이 씹보지물 때문에 새로 입은 내 바지 좆 되버렸는데 어떻게 할 거냐? 세탁비 줄까, 아니면 쪽쪽 빨아줄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남자와 여자가 몸 밀착하고 차에 기대 얘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남자의 손이 사이로 파고들어 혜원씨 보지를 거머쥐고 꿈틀대고 있어서 그녀 얼굴은 술 먹은 듯 벌겋게 달아올랐다. 남자는 따라오라고 하면서 자신의 차에 태웠고 혜원씨는 평창동 친구 집에 가지도 않은 채 딴 곳으로 차를 몰 수밖에 없었다.

가까운 호텔로 들어간 두 사람은 통성명도 없이 방으로 뛰어 들어가 격렬한 키스를 나눴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꼭 요 새 차 몰고 나오는 년들이 보지에 불들이 나더라니깐.”

“제발 아무 말 말고 나 좀 안아 줘.”

“말이 무슨 소용이래? 이렇게 좆대가리가 열나 씨부리고 있는데 어서 빨아, 이년아! 너 계획적으로 그 자리에 서서 유혹하고 있었지? 차가 고장 나기는 씨발 구라 까기는, 시동만 잘 걸리두만… 내가 너 같은 년들 잘 알어. 보지가 근질거려서 서울 시내를 온통 보지물 싸면서 헤매는 년들 말이야. 너 같은 년들 때문에 내 좆이 살 맛 난다니깐… 어이구 씨발년, 좆 뽑아 먹겠네, 좀 살살 빨아라.”

“웁웁… 음음… 내가 왜 이러지… 남편도 있는 유부녀가 이렇게 보지에 불이 나서야… 웁웁…”

“그래 씨발, 내가 퍽퍽 박아줄게. 아니 한번으로는 안 되겠다. 우리 친구들까지 불러와서 내가 오케스트라로 박아줄게. 보지며 똥구멍이며 아가리며 어디 할 곳 없이 씨발 좆물 펑펑 터져 나오게 열나 박아줄게. 기둘려 봐.”

혜원씨 보지에 좆질하던 중 그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했다. 곧이어 20분도 채 안 되어 서너 명의 또래 젊은이가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나누는 말도 없이 모두 옷을 벗어 재끼고 침대로 기어 올라와 그녀를 부위별로 나누어 혀로 빨고 핥고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아가며 그녀 보지에 싸지도 않는 꺼덕대는 좆대가리를 쉴 새 없이 박아댔고 그녀는 그 쾌감에 못 이겨 몇 번을 까무러쳤는지 모른다. 온몸은 씹물과 땀으로 번들거렸고 별다른 윤활제 없이도 그녀의 항문은 교대로 박아대는 젊은이들의 좆을 쉴 새 없이 받아들였다.

“억억, 너무 좋아. 억억. 차에 앉아 있을 때에도 이런 걸 바랬었는데 정말 미칠 것 같이 좋아. 보지 불나, 억억 좀더 쎄게 박아 봐, 어서…”

두 놈이 벌써 좆물을 싸 재끼고 나가 떨어졌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허리를 들썩이며 창자가 꿰져라 좆질을 강요했다. 그날 저녁 퇴근 시간 가까이까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혜원씨는 생전 처음 듣도 보도 못한 떼씹을 경험했다.

윤 과장님은 그걸 얼마 지나서야 눈치챘다. 언제나 전화해도 낮 시간에는 집을 비우고 전화도 통화 안 되는 일이 잦아지자 어느 날 집에 먼저 돌아와 풀곤죽이 되어 돌아온 그녀를 닥달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입 있으면 말해봐. 너 방에 들어갈 것도 없이 당장 여기서 옷 다 벗어봐, 어서!”

이미 낌새를 알아챘는지 그녀는 남편 앞에서 오돌오돌 떨며 옷을 벗었다. 온몸은 말라붙은 정액 찌꺼기가 번득거렸고 보지 둔덕과 똥구멍은 얼마나 쑤셔댔는지 벌겋게 부어올라 손도 댈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여보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미친년이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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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기억, 남편 없는 밤, 강도의 손길, 겁에 질린 아내, 테이프 묶기, 발 애무, 엉덩이 핥기, 무릎 꿇은 자세, 부끄러움과 두려움, 잊을 수 없는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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