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땅의 여름 밤
이국 땅의 여름 밤
그렇게 해서 나는 대중사우나를 평소에는 거의 가지 않지만, 가끔 대낮에 들러서도 스스로 피식 웃음이 새어나올 때가 많아서 속으로만 킥킥거렸다.
보기에도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몸뚱이에, 일부러 틀린 철자로 새겨 넣은 듯한 문신들이 눈에 띌 때마다 배꼽을 잡고 싶어졌지만, 그들 앞에서 대놓고 웃어버릴 수는 없어서 그냥 나라면 저렇게 했을까 하고 상상만을 반복하며 조용히 지나쳤다. 그리고 몇 년 전 일본에서 장기 출장을 다니던 그 여름이 떠올랐는데, 그해는 정말 무지막지한 폭염이 기승을 부려서 서해안을 따라 신설된 실내 돔 수영장들이 사람으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몸을 새까맣게 태우고 머리는 노랗게 염색한 일본 젊은이들의 유행 때문에 수영장이 마치 남국의 해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 당시 한국에는 없던 초대형 개폐식 천장의 해변가 파도 풀장이 개장과 동시에 일본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전철 천장에 미친 듯이 붙어 있던 광고판에도 그 수영장의 선전이 빠지지 않고 자리 잡고 있어서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일을 위해 동경 시내로 매일 전철 출퇴근을 하면서 우에노와 신주쿠 뒷골목을 누비다 보니 온몸에 땀띠가 돋아났지만, 쌕을 메고 종일 돌아다니며 한국 사람들과 별다른 차이 없어 보이던 일본 사람들을 한 달 넘게 지켜보니 이제는 미묘한 차이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을 피해 현지인들이 찾는 식당과 마켓을 발품 팔아 빠삭하게 파악해 가는 중이었는데, 그때는 아직 한국 가수들이 일본을 휩쓰는 시대가 아니어서 일본 사람들은 조용필이나 김연자 정도만 겨우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매번 놀랐던 건 일본 사람들의 소비 성향이었으며, 물가가 미친 듯이 비싸고 생활이 각박했지만 음악과 게임, 만화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괴롭고 틈새없어 보이지만 만화와 음악, 게임 같은 비현실적인 주제를 현실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특이한 민족성을 지녔다는 점이 우리와 달랐으며,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배웠지만 그들은 현실의 각도를 상상 속에서 왜곡하는 것조차 필요하다고 가르치는 듯했다. 그래서 항상 일본의 나쁜 점만 답습해 곪아터지는 한국 문화를 비판하는 소리를 귀 따갑게 들어왔기에, 나는 일본에 있는 동안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그들을 보려 애썼고, 그들의 태도에서 한 손에 비수를 품고 다른 손에 국화꽃을 건네는 그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얼굴이 비슷하다고 무조건 친밀감을 느끼기에는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할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나는 수영을 잘 못하고 체격도 볼품없어서 해수욕이나 여름 스포츠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찌는 듯한 오후를 길거리에서만 보내는 건 뭔가 부족해서 TV에서 본 그 파도 풀장을 한 번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여느 때처럼 쌕을 메고 우라와 역에서 전철을 타고 도착했는데, 입구에 제한 인원 표지판에 불이 들어와 수용 인원이 다 찼다는 표시를 보자 실망감이 앞섰으며, 안에서 한 사람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들여보내지 않는 원칙적인 태도에 무식하다고 투덜거리며 기다렸다. 그리고 차례를 기다리다 만화를 읽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내 감각으로는 분명 한국 사람임이 느껴졌지만 일본어 만화책을 들고 있어서 말을 걸기 어려웠으며, 40분을 기다려도 폭염 속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자 그녀가 지쳐 일어나 헤드폰과 선글라스를 끼고 대열을 이탈했다. 그래서 하얀 핫팬츠에 쭉 뻗은 각선미가 기가 막힌 그녀의 미모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녀는 그 시선을 즐기는 듯 입구를 뒤로했다. 그리고 나는 한국 사람인지 꼭 확인하고 싶어서 몇 발짝 보조를 맞추며 따라가다 사람들 무리에서 떨어지자 다짜고짜 한국말로 “한국 분이시죠?” 하고 물었으며, 끝말을 단정적으로 해서 도망칠 여지를 없애려 했다. 그리고 그녀가 일본 말투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에서 오셨어요?” 하고 대답하자 판단력이 맞았다는 기쁨에 내심 쾌재를 불렀으며, “네, 수영장 앞에서 한국 분 같아서요” 하자 그녀가 “우리 그이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하며 유부녀임을 밝혀 맥이 탁 풀렸다. 그래서 관광객처럼 보였나 보다 싶었고, 그녀가 야외 주차장으로 향하자 차를 따로 끌고 나온 여유로운 삶이 느껴졌으며, 주차비 비싸다고 투덜대는 나에게 “같이 타시지 않겠어요?” 하고 제안해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차 안에서 결혼한 몸이지만 수영장 앞에서 처녀인 줄 알고 실례할 뻔했다는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웃음이 터졌고, 일본의 정조 관념이 결혼 후에는 어느 나라보다 세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상황을 확인했다. 그래서 그녀가 목욕탕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 놀랐지만, 조총련계 거부가 지은 우라와의 명소 사우나라 하여 따라갔으며, 남탕에 청소하는 여자들이 거리낌 없이 드나들고 안마해주는 여자도 태연한 모습에 놀랐고, 작은 마당에 알몸으로 누워 잠든 남자들을 보며 음흉한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녀와 2층 야끼니꾸 식당에서 식사하며 그녀가 몰래 계산하고, 저녁은 대접받겠다고 하여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으며, 가운 틈새로 드러나는 그녀의 검게 그을린 다리와 탄력 있는 엉덩이를 감상하다 그녀가 다리를 벌린 채 식사하는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유끼상은 결혼한 분 같지 않게 젊어 보이네요” 하자 그녀가 “리상은 유부녀와 관계해 보신 적 있으세요?” 하고 물어 경험 타령을 늘어놓았고, 섹스 후 어색함과 안도감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녀가 디즈니랜드 가자고 제안해 더위에도 마지못해 따라갔으며, 셔틀버스와 전철에서 팔짱을 끼고 다리를 포개는 그녀의 행동에 흥분이 고조되었고, 핫팬츠 틈새로 팬티를 입지 않은 국부를 보고 좆이 발기해 다리를 포개 숨겼다. 그래서 청룡열차 줄에서 그녀 뒤에 바짝 붙어 허리를 감싸고 배꼽 위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팔을 잡아 허리로 이끌었으며, 만세 자세로 타라는 그녀의 말에 스릴을 만끽하다 그녀가 오르가즘처럼 젖는다는 고백에 더 가까이 밀착했다. 그리고 열차에서 그녀의 유방이 부풀고 다리가 떨리는 모습을 보며 흥분이 절정에 달했으며, 퍼레이드 기다리는 언덕에서 그녀가 옷을 벗고 빛나는 사쿠라 문신과 닭피로 새긴 뱀 문신을 보여주자 자위를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의 맨 보지를 보며 흥분이 폭발했고, 서로 자위를 하며 사정하고 오르가즘을 맞이한 후 퍼레이드를 보며 어깨동무하고 젖과 허벅지를 만지다 그녀가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해서 섭섭했지만, 호텔로 돌아와 지갑 찾는다는 핑계로 다시 찾아와 69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녀의 보지를 빨고 손가락으로 헤집으며 그녀는 내 좆을 깊숙이 물어 사정하게 했으며, 서로의 배려로 삽입 없이 끝난 그 밤이 더 가슴에 사무쳤고, 그녀의 외로움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며 사진 한 장을 간직하게 되었다.
일본 출장 추억, 폭염의 여름, 파도 풀장 실망, 한국인 유부녀, 사우나 명소, 디즈니랜드 스릴, 빛나는 문신, 야외 자위, 69의 밤, 한국인의 비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