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자선냄비
그날의 자선냄비
2011년 연말,
점심 회식이라니. 상여금은 나왔지만 술 한 잔도 못 걸치는 회식이라 모두의 입맛이 썼다.
“뭐야, 회식이 점심이라니?” “긴축이라면서 술 한 잔이라도 해야 연말 기분 나지.”
투덜대며 흩어졌다. 나는 유과장과 회사로 돌아왔다.
길가에 자선냄비. 구세군 할아버지가 종을 흔들었다.
유과장이 상여금 봉투에서 만원짜리 몇 장을 꺼냈다.
“유과장, 왜 그래? 돈 낼 거야?” “오늘 마침이네.”
그는 장모까지 모시고 사는 그 유명한 효자였다.
“남 돕는데 돈 쓰면 와이프 뭐라 안 해?” “내가 먹고 살만하고, 부모님 건강하고, 자식들 잘 크는데 뭐가 부족해? 추운 겨울, 집 없는 사람들 많은데…”
그는 알라딘의 램프 얘기를 했다. 지니가 선한 마음의 에너지를 세상으로 퍼뜨리고 언젠가 돌아온다는 이론.
나는 멀찍이 서서 딴청만 피웠다.
저녁, 동료들과 단란주점. 호화로운 실내, 쭉빵 미녀들.
인사도 전에 뒤돌아 엉덩이 흔들며 T팬티 보여주고 팬티 벗어 머리에 씌운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섹시 댄스. 줄줄이 사탕.
콘돔 끼고 한 명씩 박아댔다. 박대리는 화장실에서 벌써 돌림빵.
계산서 보고 입들 벌어졌다. 상여금 반 토막.
밖은 눈보라. 동료들 다 사라지고 나 혼자.
자선냄비 앞. 할아버지가 말했다. “불우한 이웃 무시합시다.”
술 취해 토했다. 할아버지가 웃었다.
갑자기 전화. 아내 목소리. “헉헉… 여보… 흑흑…” 뒤에서 남자들 웃음소리. “니 마누라 지금 돌림빵 중이야.”
집 도착. 대문 사라지고 폐허. 지갑도 텅 비었다.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다른 인생 살아봤나?”
나는 무릎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 돌려주세요…”
깨어보니 회사. 유과장이 깨웠다.
전화 걸었다. “여보… 사랑해.”
길가 자선냄비. 만원짜리 몇 장 넣었다.
유과장이 웃었다. “다시 봐야겠네.”
눈이 펑펑 내렸다.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기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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