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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찾아온 뜻밖의 인연 2

떵개야 (4.♡.49.37) 3 586 0 0 2025.10.23

퇴직 후 찾아온 뜻밖의 인연 2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던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 역시 나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보냈다.

잠깐의 눈인사였지만 그 짧은 순간이 오래 남았다.

“외근 나가시나 봐요?”

“네, 오늘은 조금 돌아다녀야 해서요.”

“그동안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언젠가 식사 한 번 대접드려야겠네요.”

그녀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요. 옆 사무실인데요, 서로 돕는 거죠.”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각자의 길로 향했다.

나는 차로, 그녀는 1층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스친 짧은 인상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묘하게 따뜻해졌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얼굴, 은은한 향기, 그리고 눈가의 부드러운 선.

그녀의 모든 것이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었다.

차에 올랐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영업이라는 게 그렇다. 가도 반가워하는 사람은 드물고, 만나도 냉담한 경우가 많다.

기름값조차 부담스러워 멀리 나가지 못하고, 가까운 거리만 맴돌았다.

하루의 대부분은 차 안에서 흘러갔다.

한때는 수억 단위의 계약서를 다루던 사람이 이제는 한 달 50만 원의 주유비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시간이 지나며 내 세계의 크기가 이렇게 작아졌다는 걸 실감했다.

저녁 무렵,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불 꺼진 공간엔 쓸쓸함이 감돌았다.

옆 사무실에선 웃음소리와 음악이 가끔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낯설지 않게 들린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했다.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며, 그나마 연락을 주는 몇몇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어려운 시기에도 사람의 온기는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

처음엔 옆 사무실인 줄 알았지만 다시 소리가 났다.

문을 열자, 그 여인이 서 있었다.

“죄송해요, 사장님. 우리 사무실 팩스가 고장 나서 급히 하나만 보내야 하는데요.”

“아, 그럼요.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녀가 들어섰고, 나는 반가움이 묻은 미소를 지었다.

“혼자 계시나 봐요?”

“예, 혼자서 버텨보는 중이에요.”

그녀가 내민 서류를 받아 팩스를 전송했다.

PO 문서 한 장. 그녀의 손가락이 유난히 하얗고 단정했다.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와 함께 그녀가 돌아서려는 순간, 나는 무심코 말을 건넸다.

“잠깐 시간 괜찮으시면, 차 한잔 하실래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잠시만요, 삼촌께 말씀드리고 올게요.”라며 나갔다.

삼촌이라… 어떤 관계일까.

그녀가 일하는 곳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피어올랐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방 안이 갑자기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서둘러 녹차 두 잔을 내왔다.

그녀는 검정 정장 차림에 살색 스타킹을 신었고, 머리칼은 부드럽게 묶여 있었다.

살짝 분홍빛 립스틱이 입가를 감쌌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눈가가 자연스럽게 접혔다.

처음엔 어색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서로의 삶이 조금씩 겹쳤다.

나처럼 오퍼 관련 일을 돕고 있다는 말, 삼촌 밑에서 배우는 중이라는 말이 이어졌다.

고리대금인지, 무역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투는 분명 단정하고 자신감이 있었다.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흘렀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저녁이라도 드시죠?”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 너무 빠른가 싶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옆 사무실이니까 또 뵐 수 있잖아요. 다음에요.”

그 한마디에 은근한 거절과 배려가 섞여 있었다.

그녀가 떠나고 나자, 다시 사무실이 고요해졌다.

조용히 불을 끄고 나서며 옆 사무실 불빛을 보았다.

아직 켜져 있었다.

일이 많은가 보다.

집으로 향하는 길, 그냥 들어가기 싫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회식 중이었다.

전화를 끊자 고요한 차 안이 더 적막하게 느껴졌다.

‘결국 인생은 혼자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 문을 여니 청국장 냄새가 진동했다.

아내는 반갑게 맞이했지만, 나는 어쩐지 어색했다.

그녀는 학원 선생을 만나러 잠시 나간다고 했다.

싱크대 앞에서 분주히 반찬을 만드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결혼 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자신감 넘쳤다.

아내가 외출하고 남은 집은 조용했다.

나는 운동 가방을 들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40대 중반부터 꾸준히 다닌 곳이다.

운동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됐다.

그곳엔 늘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 반가운 인사,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의 리듬.

땀을 흘리고 샤워를 마치고 나서, 문득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작고 단정한 체구, 밝은 표정.

예전에도 봤던 헬스장 회원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고, 나도 웃으며 인사했다.

이름조차 모르는 사이지만 묘한 친숙함이 느껴졌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와 아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평범한 풍경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아내가 과일을 깎아 내 방으로 들어왔다.

씻은 뒤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그녀의 미소가 오늘따라 새삼스러웠다.

삶이란 참 묘하다.

누군가에게는 권태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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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하자 14.♡.219.46
즐입니다
블랙라벨 4.♡.253.204
감솹니다
여랍여랍 1.♡.93.37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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