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불장난 1
지혜의 불장난 1
" 아빠! 다녀올게요.. "
" 그래.. 너무 늦지 말구.. "
서강표는 쇼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다 말고 짙은 흑갈색 생머리를 어깨너 머로 출렁이며 현관을 나서는 큰 딸 지혜를 보며 사랑스런 눈길을 보냈다.
눈, 코, 입 등 얼굴생김새만 보면 막내 유라가 더 예쁘지만, 지혜에게서는 아빠인 자기가 보기에도 이제 막 한창 물오른 처녀의 싱싱함과, 교태랄지.. 애교랄지.. 이상하게 남자를 끄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넘쳐 흐른다.
한 열흘전, [약속]이라는 비디오에서 본 여배우 -- 별로 뛰어난 미인같지는 않은데.. 묘하게 보는 남자들이 한번쯤 안아봤으면 하는 충동을 일으키던 전도연인가 하던 그 여배우를 보던 강표는 문득 큰 딸 지혜와 분위기가 많 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잘록한 허리아래 몸에 꼭 끼는 스커트위 로, 크진 않지만 탄력있는 엉덩이를 흔들며 사내들이 우글거리는 회사로 출 근하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강표는 까닭모르게 불안감 비슷한 초조함을 느 꼈다.
지혜는 올해 24살, 00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지금의 JJC무역회 사에 입사하여 다니고 있다. 키는 162Cm로 아담싸이즈지만 48Kg의 균형잡힌 몸매를 자랑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의 매력은 상아같이 희고 매끄러운 피부와 쌍거풀진 큰 눈이다.
누구든지 그녀의 빨아들일 듯 광채가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면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순간적인 전율을 경험하게 된다. 때문에 대학시절과 지금의 직장에서도 아무 감정도 없는 주변의 남자 들이 우연히 그녀와 한번 눈을 마주치고는 무슨 특별한 교감이라도 있은 양 데이트를 신청해와 곤욕을 치르곤 했다.
하지만 지혜는 순정파라 해야 할지.. 아무나 잘 사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녀가 대학시절에 안 남자친구를 3년째 외곬로 사귀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 한번은 큰길가 제과점에서 그 남자랑 빵과 밀크쉐이크를 먹고 있다가 직 장 동료한테 들켜 그 뒤로는 직장의 가까운 동료들은 그녀의 애인을 [세이 크]라는 닠네임으로 부르고 있다.
" 여보! 신문 다 보셨으면 옥상에 빨랫줄 좀 새로 쳐 줘요.. 늘어져서 안되 겠어요.. "
설거지를 마치고 요즘 한창 재미를 붙여 자수에 열중인 아내 연주의 목소리 가 안방에서 들려 왔다.
" 그래 알았어.. 현장에선 입과 손가락만으로 일하는 내가, 집에 오면 데모 도까지 해야 되니.. 젠장! "
(※ 데모도 : 공사장 미장이나 목수의 조수 )
서강표는 요즈음 장마로 날씨가 들쭉날쭉하자 공사를 며칠 중지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이다. 대충 빨랫줄 치기를 끝내고 실내계단을 내려오면서 이층 에 있는 두 딸의 방을 지나오는데, 큰딸 지혜의 방문이 약간 삐주룸히 열려 있다.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외출할 때면 방문을 꼭꼭 잠그고 다 니던 두 딸이었는데... 오늘은 아마 출근을 서두르다 깜빡했던가 보다.
방문을 닫아주고 돌아서려다 다 큰 딸애의 방을 한번 보고싶은 호기심이 부 쩍일어나, 방안에 들어서니 우선 젊은 여성 특유의 향긋한 체취가 콧속을 스며들었다. 깔끔한 성격답게 방안 치장은 비교적 단촐하다..
4평짜리 방의 3분의 1쯤을 침대가 차지한 채, 벽에는 목련꽃이 화사한 정물화 한점이 걸 려 있고, 다른 한쪽 벽에는 옷장과 화장대, 그리고 컴퓨터가 놓인 책상위에 는 [거시경제]니 [기업회계]니 하는 경영과 관련한 전문서적이 빼꼭이 차 있다.
오래 전에 본 것보다 별반 특이한 것도 없어, 돌아서려다 책상서랍을 한번 열어보니, 6개중 다른 것은 다 열리는데 오른쪽 맨 아래 서랍만 열리지 않 는다.
보니 일회용 라이타 반만한 자물쇠가 걸려 있다. 사람이란 묘한 것이 숨기면 더 궁금해지는 속성이 있는가 보다. 이상하게 꼭 열어보고 싶은 욕 구가 충동질하자 서강표는 아래층 공구함에서 철사까지 가져와 기어이 열어 보고 말았다.
우선 편지 몇 통이 보이는데... 친구들이랑 주고 받은 것으로 별다른 내용 도 없어, 다시 바닥을 헤쳐보니 강의록 같은 두꺼운 노트가 보여 중간쯤 펼 쳐 보던 강표는 그만 노트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 실장님의 율동이 빨라지면서 나의 그 곳이 축축해지는 느낌이 온다.
아니나 다를까.. 곧 아래쪽에서 실장님의 심볼과 나의 꽃잎이 마찰하는 소 리까지 나기 시작한다. 부끄럽게도.... ---
그 것은 큰 딸 지혜의 비밀 일기였다. 그 것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적어 놓 은 섹스 체험기..
나이답지않게 얼굴이 화끈해진 강표는 그럼에도 그 전부를 읽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들자 살며시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딸의 침대에 누운채 처음부 터 읽기 시작했다.
맨 앞 페이지를 펼치자, 타이틀까지 붙여 놓았다.
-[직장상사와의 잊지못할 경험]-
'98. 6. 7 인사이동으로 오늘 새 홍보실장님이 오셨다.
42세, 김준환.. 날카로워 보이는 각진 얼굴에 검정뿥테안경, 약간 곱슬머리 의 전형적인 샐러리맨 타입이다.
하지만, 깊은 우물속처럼 잠긴 지적인 검은눈동자와 정력적인 붉은 입술이 나이보다 4 ∼ 5살 젊게 보인다.
저녁에 환영회가 열렸다. 갈비집에서 저녁을 먹고는 노래방으로 옮겼는데, 새 실장님의 레퍼토리는 역시 '뽕짝'.. 쉰 세대라 어쩔 수 없다. 하기는 뭐 ... 우리 아빠보다 몇살 적을 뿐인데... 2차는 젊은 사원들끼리 호프집으로 갔다. 박대리는 30대초반에 기혼이지만 까짓거 끼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