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 빨간불 켜진 ‘극단선택’…취업 실패·생활고까지
지난달 3월 30대 남성 A씨는 신변을 비관해 충남 부여군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A씨는 장기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에는 ‘완도 일가족 실종’ 조유나양 가족이 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이들 가족이 진 빚은 총 1억원 가량이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던 사장 정모씨는 가게 매출 급감으로 생활고가 이어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심리부검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103명 중 57.3%(59명)가 사망 전까지 경제 상황으로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44.1%)로 인한 스트레스 비율이 가장 높았고, 수입 감소(20.3%), 지속적인 빈곤(16.9%)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기초수급권 탈락, 투자 실패, 가족 금전적 요구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었다. 심리부검은 사망자의 죽음과 관련, 죽음을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신행동적인 요인들을 규명하는 일로 사망자의 가족과 친구들 등을 심층적으로 면담해 작성한다. 정우택 의원은 "최근 몇 년 간 민생이 극단적으로 어려웠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자살예방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경제적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극단 선택이 늘어나는 사회적 배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극단 선택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준다"라면서 "현재 사회가 병에 걸렸다는 것이므로 국가가 적극 나서 원인을 진단하고, 유형을 세분화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직장, 가족 외에 심리 면담 폭을 넓히고 정기 조사를 늘려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2’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5.4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취약층이 더 큰 충격을 받는다"라면서 "코로나로 취업난이 심화되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상실감·좌절감 등을 느껴 극단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