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글 보고 써보는 음향썰
주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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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5
작업하다 밤새버린김에 포텐 청음샵 댓글에 흥미로운 주제가 있길래 써봄.
원래 작곡을 전공하다가 관심사가 음향으로 바뀌어 유학도 다녀오고 지금은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음. 그렇다고 내 말이 완전한 팩트라는건 아니고, 대충 얘는 이렇게 배웠고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읽어주면 ㄱㅅ
1. 케이블
- 대표적인 사기의 영역.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구린 케이블은 있어도 지리는 케이블은 없음.
케이블의 성능은 연결안정성과 지연시간, 신호 로스율 딱 세가지만 보면 되는데 이건 대중적인 브랜드인 벨덴 모가미정도면 별 이슈 없이 사용 가능.
케이블에 따른 해상도 차이는 해골물이고 마케팅임. 물론 기타-앰프로 연결되는 케이블은 케이블에 따라 약간의 하모닉스 밸런스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개인이 죽었다 깨어나도 분간할 수 없는 미세한 차이임.
2. 음질<>음색
- 디지털 이미지에 비유하자면 음질은 1080p-1440p 같은 해상도의 영역, 음색은 cmyk-rgb같은 색상표현방식의 영역이라고 보면됨. 음질이 구리면 음색도 구려지지만, 음색이 좋아진다고 음질이 좋아질수는 없음.
3. 배음
- 소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배음이 뭔지 잘 알텐데, 대충 설명하자면 당신이 피아노에서 도를 눌렀을때 들리는 소리는 도 뿐만이 아니라 위아래로 아주 많은 음이 동시에 울리게 되고 그중에 가장 볼륨이 큰 음이 도 음이라 그 음정을 도라고 느끼게 된다고 보면 됨.
이때 울리는 다른 음들을 배음이라고 하고, 피아노와 기타에서 같은 음정을 연주해도 다른 소리로 들리는건 악기마다 이 배음의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임.
이걸 우리는 '음색이 다르다'고 표현함.
4. 이퀄라이저와 음질은 관련이 없다.
- 음질이 좋다 = 배음표현의 성능이 좋다임. 스피커와 컨버터 등 오디오장비의 성능이 구리면 이 배음을 제대로 들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걸 음질이 나쁘다고 표현함.
여기에 이퀄라이징이 개입할 요소는 없음. 이퀄라이징은 출력되는 배음의 밸런스를 조정해 음색을 바꾸는 작업인데, 유튜브 480p 영상 다운받아서 후처리한다고 1440p 화질을 재현할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임.
5. 음향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
- 바로 스피커와 컨버터임. 이건 개취의 영역이 아니라 객관적인 줄세우기의 영역임. 대부분 비쌀수록 성능이 좋다고 봐도 됨.
그렇다고 그렇다고 무지성으로 비싼거 살필요는 없음. 어차피 일정 수준 이상의 음질은 업계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사람 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1티어 엔지니어들도 구분 못하거든.
이게 무슨소리냐면 당장 소비자가 구매해서 듣는 음원을 만드는 사람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음질을 고려하지 않음. 안들리는걸 어떻게 고려해?
다시 말하지만 음질은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체감을 못함. 예를들어 모니터에서 자외선과 적외선의 영역까지, nm단위의 픽셀까지 생생하게 재현해서 들려준다고 해도 어차피 인간은 가시광선까지밖에 못보고 인간의 눈이 인식할 수 있는 픽셀에도 한계가 있어서 그 모니터의 성능을 체감하는데 한계가 있잖음? 마찬가지임.
심지어 인간의 귀는 성능이 썩 좋은편도 아니라, 대충 100만원대 넘어가는 시스템에서 음질차이 구분하는 인간 아무도 없다고 보면 됨.
6. 그치만 난 비싼오디오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꼈는걸?
- 결국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서 더 좋은 경험을 했다는건 1) 이전에 쓰던 장비가 심각하게 구리거나 2) 음질과 음색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둘중 하나라고 보면 됨.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로 조정해서 음색 맞추면 100만원대 시스템과 2~3억대 시스템간 음질차이 블라인드 테스트로 분간해낼수 있는 사람 없음.
7. 그럼 장비 추천해봐라
- 못함. 진짜 못함. 왜냐면 결국 소리라는건 주관적인 경험의 영역이라, 같은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나와 당신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할 수 없음.
혹자는 아티스트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해 듣고자 모니터스피커로 음악을 감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던데, 개소리임. 예술은 창작자의 손을 떠난 이후부터는 이를 어떻게 소비할지는 자유거든. 그냥 자기 귀에 좋게 들리면 그게 최고인거임.
8.결론 & 음향질 팁
1) 스피커와 컨버터의 성능이 제일 중요하다. 근데 1천불 넘어가면 대충 거기서 거기다.
2) 케이블에 비싼돈 투자하지 말자. 자칭 황금귀는 사기꾼들이다.
3) 좋았던 음향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기만의 레퍼런스가 있어야 한다.
4) 진공관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진공관 소리가 더 따스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냥 처음 들었던 좋은 사운드가 트랜지스터앰프가 없었을때 진공관앰프에서 나왔던 사운드였고, 그 경험이 긍정적이었을 뿐이다. 아직까지 트랜지스터는 차가운 소리가 나고 진공관은 따스한 소리가 난다고 주장하는 인간은 그냥 오디오틀딱임.
4) 내가 하고싶은게 큰 소비를 수단으로 하는 자랑이나 과시인지, 음악을 좋은 환경에서 듣고싶은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소리를 취미로 더 깊게 즐기고싶다면, 그래픽 eq(막대바로 음역대 볼륨 조정하는 그거)깔짝거리는거보다 파라메트릭 eq에 대해서 공부하면 큰돈을 들이거나 발품을 팔지 않고서도 본인에게 최적화된 좋은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음.
뭔가 더 제대로 쓰고싶었는데 졸려서 못하겠다 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