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쓰겠다, 010 왜 바꿔" 20년 버텼는데…대법이 내린 결말
주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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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3
이후 SK 텔레콤과 합병한 신세기 통신의 017 번호까지 가세해, '011·017 팬덤'까지 생겼던 시기입니다. KT 는 016·018 번, LG 유플러스는 019 번을 사용했죠.
이른바 '투지( 2G ) 시대'는 2002 년에 막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공정 경쟁을 촉진하고, 번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 며 정부가 번호통합정책을 내놓은 건데요. 01X-XXX-XXXX 로 하면 사업자별로 번호가 800 만개 생기지만, 010-XXXX-XXXX 로 하면 번호가 8000 만개 생긴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당시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는 2002 년 3G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앞으로 010 번호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또 5년 이내에 기존 01X 식별번호를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죠.
논란은 수년간 이어졌습니다. 통신사와 정부 사이 갈등, 시민사회의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2004 년에 처음으로 010 번호가 생겼고요. 지난 2019 년 '한시적 번호이동 제도'로 기존 번호를 쓰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개별 통신사들이 2G 서비스를 아예 종료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습니다. 지난해 LG 유플러스가 2G 서비스를 종료한 것을 마지막으로 01X 번호들은 사라졌습니다.
지난 2019 년에는 법적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010 통합반대운동본부'에 사람들이 모여 기존 01X 번호로 3G 와 LTE , 5G 를 사용하게 해달라 고 주장했습니다. 600 여명이 SK 텔레콤을 상대로 '이동전화 번호이동' 소송을 냈죠.
이들은 " 2021 년 6월까지만 01X 번호로 3G 서비스 등을 허용하겠다"는 과기부의 '한시적 제도'에 따라 01X 번호로 번호이동을 신청했지만, 추후 010 으로 바꾸는 것에 사전 동의하지 않아 SK 텔레콤으로부터 신청이 거절됐다 는데요. 최근 이 소송의 대법원 결론이 나왔습니다.
관련 법령은?
전기통신사업법 제 58 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용자가 전기통신사업자 등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전기통신번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번호 이동성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용자들은 이 조항에 따라 '번호이동 신청권' 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번호이동이란 '가입자가 통신사 변경에도 불구하고 기존 번호를 유지하는 것'이니, SK 텔레콤이 기존 01X 번호이동신청을 거부한 것은 무효라 는 겁니다.
법원 판단은?
하지만 법원 해석은 좀 달랐습니다. 지난 2019 년 1심 재판부는 SK 텔레콤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 58 조를 이용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면서요. 통신사가 기존 01X 번호로 3G 등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법률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으로 보기 어렵다 는 겁니다. 이 조항의 주체가 과기부인 점, 조항에서 이야기하는 '번호 이동성 계획'은 과기부가 각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겁니다.
재판부는 또 "통신망 식별번호는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유한한 자원" 이라며 "법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번호가 회수될 수 있다" 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법 제 48 조를 들었습니다. 1항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전기통신 역무의 효율적인 제공 및 이용자의 편익과 전기통신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유한한 국가자원인 전기통신번호의 효율적 활용 등을 위하여 전기통신번호체계 및 전기통신번호의 부여·회수·통합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전기통신번호자원 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거든요.
2심에 가서도 법원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0 년 2심 재판부는 현재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에 따라 3G 서비스 등에 대해 010 으로 식별번호가 정해져 있어, 이 세칙이 바뀌지 않는 이상 3G 서비스 등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01X 번호는 쓸 수가 없다 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이용자들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습니다. SK 텔레콤이 이들의 번호이동 신청을 승낙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