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경 통틀어 전무후무한 개폐급 후임 썰 (자작, 실화)
육군에 포병, 공병, 운전병 이런 식으로 분과가 나뉘는 것처럼 의경도 크게 몇가지 갈래가 있음.
주로 구(마포구, 중구 등) 단위 경찰서에 배치되는 타격대와 방범순찰대, 경찰청에 배치되는 자경대, 육군의 최소 작전단위와 유사한 기동대가 있는데, 자세한건 글 반응 좋으면 외전으로 올리겠음.
나는 기동대였는데, 기동대가 다른 부대에 비해 개헬인 게 매주 출동감.
토요일에 서울 출동 가는 건 기정 사실이고 광화문이냐 여의도냐가 매주의 화두였음.
의경 인원을 줄이다보니 매번 지방에서 지원을 가는데 부산 같은 곳은 집회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3시에 부대에서 출발함.
그리고 서울 집회 끝나고 돌아오면 새벽 3시임.
진짜 매주마다 가서 민주노총이니, 문x인 시x이니, 검찰공화국이니 하는 시위 끌려가서 욕은 욕대로 먹음.
사건이 터진 그 날도 땡볕에 근무서고 땀에 찌든 채 부대로 돌아감.
여느 날 처럼 짐들 챙겨서 생활관 들어갔는데 몇몇애들이 얼굴에 죽상을 띠더라.
사람 촉이란 게 있긴 있는 것 같음. 그날따라 존나 쎄했다.
뭔일이냐니까, 방패가 하나 없단다.
진짜 시발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어보니까, "방패가 하나 부족하답니다" 라고 말하데.
살다살다 차라리 하극상을 하지 그 큰 방패를 쳐잃어버린다는 게 말이 안되는데, 기어코 이 십새끼는 그걸 해낸거다.
존나 멘붕 오고 그 놈 안절부절 못하고 찔찔 거리고 있는 게 너무 꼴보기 싫었음...
소대원 중에 한명은 내가 이제까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보살인데 표정이 진짜 말로 표현을 못한다.
일단 정황도 알아야겠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대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소대별 방패 갯수 파악함.
근데 웃긴 게 다른 소대는 장비 배부된 것 보다 방패 수가 하나 많은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소대마다 있는 방패들 숫자하고 서류상 숫자하고 대조해보니까 웬걸, 실제 수량이랑 서류상 수량이 일치함.
이 후임새끼는 전생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방패를 잃어버려서 부대 방패 수를 맞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끝이냐고? 이 정도로 전무후무하다 하겠음? 이제 시작임.
그렇게 사태가 일단락 되고 나서 음주단속 근무를 나감. 기동대는 출동 안 나가면 교통경찰 보조함.
이 새끼는 존나 하루 종일 바짝 얼어있고 소대 분위기도 개십창인 상황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근무가 진행됨.
'그래, 별 일이 다 있는거지. 결국엔 잘 해결됐잖아' 하는 생각으로 다들 마음을 달랬음.
큰일없이 근무가 끝났고 부대로 복귀함. 여전히 긴장감은 남아있지만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음.
보다 못한 소대 실세가 어떻게든 분위기를 좀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 막내새끼한테
"XX아, 오늘은 뭐 두고 온 거 없지?ㅋㅋㅋㅋ" 하면서 웃으면서 말건넴.
다들 피식피식 웃으려는 그때 막내가 하는 말이 뭔줄암?
"저...음주단속기를 들고 와버렸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진짜 와.... 십새끼도 이런 십새끼가 다 있나 싶더라. 존나 심장이 내려앉음.
실세도 그 말 듣자마자 "와 이틀 전엔 두고 오더니 오늘은 갖고 오네" 하면서 존나 감탄을 함.
그 이후로 어떻게 됐냐고?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사건이 한 두번 더 터지긴 했음.
이미 이 글 읽는 사람들 중에 같은 부대 출신이면 알 사람은 알 거임. 군대만큼 입빠른 데가 또 어디 있겠냐.
암튼 요새는 뭐하고 사는 지 모르겠는데,,,어디 가서 1인분은 했으면 싶은 마음이다...
혹시 누군지 알아도 웃고 넘어가주길 바란다...